우리 가족은 1년간 영국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 둘은 한국에서는 초등 5학년, 3학년인데 영국에서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고 있다.
새 학년 시작을 9월에 해서 그 전후로 학년이 나뉘는데 9월 이전 생일은 두 학년이 올라가고, 이후 생일은 한 학년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9월~2월 전학 기준)
3월~7월에 전학하면 9월 이전 생일은 한 학년 올라가고, 이후 생일은 동일 학년이다.
아이들 영국 학교 보내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했던 게 한국에서 예체능 학원을 열심히 보낸거였다.
영어를 못하니 처음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한국에서 예체능 교육을 빡세게 받고 오니 남들보다 잘하는게 티가 나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다.
영어를 잘 배워와서 아무 문제 없이 적응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한국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영국 애들보다는 못할 것 아닌가?
예체능 같은 걸로 두각을 나타내면 티가 좀 나니까 선생님들 눈에도 들고 친구들한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서 학교 적응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1. 악기
학교 내에서 악기 실력을 뽐낼 기회가 아주 많다.
오케스트라도 있고, 장기자랑 같은 콘서트도 개최한다.
정규 음악 시간에도 할 수 있는 악기를 가져와서 연주하라고 시키기도 한다.
음악실에 피아노도 여러 대 있어서 피아노를 잘 치면 '우와'하게 되는데 한국 피아노학원만큼 빠르고 기술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으므로 한국에서 1~2년 배우고 오면 영국에서는 바로 탑급이다.
나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한국 피아노학원은 보육의 개념도 갖춘 곳이라 6세부터는 무난히 시작할 수 있고 주 5회 가도 비싸지 않아서 저렴하게 음악 공부를 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관이다.
조성진도 임윤찬도 동네 피아노 학원부터 시작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가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초등 저학년 때는 꼭 피아노를 보내자.
성인이 되어서 피아노 치는 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시간 낭비예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때 배운 피아노 이론으로 고3까지 써먹을 수 있어서 크게 손해는 아니다.
이렇게 피아노로 시작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 하나는 더 배우고 오는 게 좋겠다.
우리 첫째는 영국 나오기 직전 4개월 정도 좀 타이트하게 배웠고, 둘째는 바이올린을 3년 정도 배웠다.
영국 나와서 둘 다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고, 친구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선생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다.
아이들 스스로 배우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몇 개월만이라도 배우고 나오면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악기는 아이들 성향 차이라서 딱 이걸 해야 한다라고 추천할 수는 없지만, 플루트 같은 악기는 작고 가벼워서 편했다. ㅎㅎㅎ
바이올린도 작은 편이라서 크게 부담은 없지만, 첼로 사이즈만 돼도 어린아이들이 들고 다니기 어려워서 엄빠가 열심히 들고 날라야 한다.
영국에 와서 보니 바순, 트럼펫, 더블베이스, 하프까지 하는 애들도 있어서 뭘 해도 특별하진 않다.
그냥 좋아하는 악기를 하나 정해서 빠르게 레슨 받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영국 레슨은 느리고 속 터지고 돈 아까운 경우가 많으니, 꼭 한국에서 많이 배워오자.
아니면 한국 대학생들이 유학 많이 나온 지역 같은 경우는 과외를 구하기 쉽다고도 하니까, 해외 나와서 악기 레슨이 필요하면 한국 유학생을 찾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2. 수영
영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정규 체육 시간에 수영을 배운다.
아이들 학교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쪼르르 걸어가서 수영을 배우는데, 수영장이 없는 학교도 근처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방과후 시간에도 수영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수영을 배울 수가 있고, 가끔 근처 학교와 수영 대회를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 말로는 모든 아이들이 수영을 잘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수영 실력이 천차만별이고 못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이지만, 매주 수영장에 들어가야 하니 어느 정도 한국에서 배워오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 수영 강습은 선생님이 물속에 아예 안 들어가고 옆에서 말로만 하기 때문에 한국 같은 밀착 케어가 전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강습료는 한국 개인 강습료의 2배 정도 하기 때문에 맘카페 엄마들은 방학 때 한국 가서 수영 배워 오는 게 빠르고 싸요라고 할 정도다.
수영도 한국에서 꼭 하고 오자!
3. 미술
초등 4학년 미술시간에 5주짜리 프로젝트로 새 모형을 만들고 꾸미는 활동을 하고 있다.
솜씨 있는 아이들은 그냥 던져놔도 잘하겠지만, 우리 애들은 예술적 소질은 없으므로 어릴 때부터 미술 학원에 주 1~2회씩 보냈었다.
몇 년 보내놓으니 이제 초등 미술은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영국에 와서도 배운 게 어디 가진 않아서 아트 선생님께 칭찬받으면서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위에 악기나 수영만큼은 아니지만, 배워두면 잘 써먹을 수 있는 미술 학원도 추천이다.
4. 축구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축구를 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여기는 단체 운동을 종목마다 바꿔가면서 하는데, 축구는 꼭 포함되는 것 같다.
우리 둘째는 첫 학기에 축구를 했고, 첫째는 내년 봄 학기부터 축구를 배운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내 반 대항으로 축구 경기를 하거나, 근처 학교와 홈 & 어웨이 경기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기초부터 알려주긴 하지만 남자애들은 경쟁심도 강하고 몸싸움도 격렬하니, 한국의 클럽에서 좀 배우고 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축구뿐만 아니고 하키, 넷볼, 럭비, 크리켓, 농구, 배구, 배드민턴, 체조 등등의 다양한 운동을 배운다.
우리 애들 학교는 의외로 테니스는 잘 안 하는데, 학교마다 운동장 사정이 달라서 그런가 싶다.
영국은 생활 체육을 엄청 강조하는 나라라서 학교 수업에서 엄청나게 많은 스포츠에 대해서 배우는데, 당연히 이걸다 배워올 순 없고 그냥 애들이 뛰고 몸 쓰는 걸 좋아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육 싫어하는 애들은 좀 괴로울 것 같다.
5. 영어
영어는 애증의 과목이다.
해도 잘 안 늘고, 안 하면 완전 바보가 된다.
영국 나오기 전에 학원도 보내보고, 화상 영어도 하고, 잠수네 한다고 책도 엄청나게 사들였지만, 뭐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안 할 수 없어서 계속 뭔가를 시켰던 것 같다.
많이 배우고 나오면 그것대로 적응이 빠르고 영국에서 더 높은 수준까지 금방 올라갈 것이고.
많이 못 배우고 나오면 여기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어는 학원비도 비싸고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이라 그냥 뭐라도 계속하고 나오면 되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 꼭 준비하고 나와야 하는 건, 영어 영상 보기랑 책 읽기 정도인 것 같다.
영상이 아이들 귀 틔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니까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책 읽기는 아이들이 갑자기 긴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데, 영어 문제집에 나오는 정도의 텍스트는 너무 호흡이 너무 짧으니까 그림책, 챕터북 정도는 읽고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 둘째는 챕터북 읽을 수준까지 못 만들고 나왔지만 잘 지내고 있다.
영어는 뭘 해도 부족하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오자.
한국 사교육은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뭘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영국은 다 30분 기준이고 너무 비싸고 집에서도 다 멀어서 좋은 선생님을 찾기도 쉽지 않아서 그런지, 해외 생활 오래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름방학에 일부러 한국에 들어가서 학원 빡세게 돌리고 다시 나오겠다는 사람도 봤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도 방학 때마다 들어와서 배우고 가는 친구들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정도.
영국은 사립학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한국은 사교육 시스템이 최강이다.
엄마가 다 챙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교육의 장점을 잘 살려서 해외 유학도 쉽게 적응시키고, 아이의 재능도 잘 키울 수 있게 활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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